[개인展] 5회
[부스개인展] 6회
[단체展] 200여회
현)
사)한국미술협회 회원
대한민국 회화제 회원
상형전 회원
강북미술협회회장
목화회 회장
연희미술원장
[평론]
순도 높은 감정에 이끌리는 표현적인 이미지
신 항 섭 (미술평론가)
그림에서 자기 만의 색채를 갖는다는 것은 곧, 개별적인 조형성을 확보하기 위한 첫걸음일 수 있다. 그림은 색채만으로도 성립될 수 있기에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특정 색채만으로 한정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화가라면 누구나 다양한 색채가 만들어내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외면할 수 없는 까닭이다. 따라서 화가들은 대체로 유채색을 선호하게 된다. 그런 가운데서도 더러는 단일색상 계열의 색채를 중심으로 작업하는 화가들이 없지 않다.
무언가 다른 생각,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기에 그렇다. 조연희의 그림은 회색 조 및 황색조로 대별되는 아주 단조로운 색채 이미지로 통일되어 있다. 따라서 단지 색채 이미지만으로도 그 자신의 존재성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아니, 금욕적이라고 도 할 수 있을 만큼 제한적인 색채를 구사한다. 더구나 유채색이 아닌 무채색 중심이어서 색채 이미지만으로는 그림의 정서가 무겁게 느껴질 정도이다.
밝고 아름다운 유채색이 그처럼 많은데도 구태여 무채색을 선택하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그의 그림은 풍경과 정물을 아우르는데 어느 쪽이나 색채 이미지가 단조롭기는 마찬가지다. 정물 이나 풍경은 결코 낯선 것들은 아니다. 정물의 경우에는 꽃과 새 악기 그리고 민속기물 따위의 소재라는 점에서 일반성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풍경 또한 자연풍경과 더불어 일상적인 생활영역 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평범한 것이다. 그런데도 색채 이미지 탓인지 색다르게 보인다. 소재 및 대상을 현실에서 구하되 사실적인 이미지를 따르지 않고 임의적인 색채와 형태를 추구하는 까닭이다. 그러기에 비현실적인 분위기가 화면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실을 보면서도 현 실과 다른 세계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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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과정을 통해 창조되는 이미지는 주관성이 강하다. 한마디로 표현주의 적인 성향의 작업임 을 알 수 있다. 작업하는 과정을 보면 이런 성향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그는 어떤 특정의 소재 및 대상에 집착 한다 거나 또는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는 이러한 작업방식을 암시하듯 모든 작품은 '시간의 흔적' 이라는 명제로 일관한다. '시간의 흔적'은 이미 현장감을 상실한 지나간 시간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과거의 이미지인 것이다. 실제로 시간이 경과하는 과정에서 그 자신의 미의식 및 미적 감각이 개입함으로써 나타나는 표현적인 이미지, 즉 주관적인 해석에 의한 형태미는 이미 '시간의 흔적' 에 불과할 따름이다.
그러나 시간의 흔적은 보여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무언가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회색조의 색채 이미지는 결코 감각적인 세계 라고는 할 수 없다. 차가운 이성적인 세계이고 사유의 세계인 것이다. 따라서 그의 그림은 시지각 너머에 존재하는, 즉 내면의 소리가 담긴 정물이고 풍경이다. 이런 정서를 가진 그림 앞에서는 감정이 가라 앉게 된다. 그리하여 시선을 내면으로 향하게 된다. 현실적인 소재를 빌어 다가 내면을 투사시키는 것이 그의 작업이다. 실내작업이라는 방식에 어울리는 그림인 셈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화실작업은 현장감이 떨어진다. 반면에 내면세계를 투영하는데 효과적이다. 현실적인 이미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조형적인 사고의 전개가가능하기에 그렇다.
실제로 그의 작업은 현실상황에서 자유로운 입장을 취하는 가운데 임의적인 구성을 통해 내적인 감정 및 의식세계를 표현한다. 이러한 작업방식은 감정표현이 용이하다. 따라서 빠르고도 거친 동적인 이미지의 붓 자국이 선명하게드러난다. 붓 자국은 두터운 물감의 흔적을 통해 더욱 강렬한 인상을 준다. 감정의 흐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빠른 작업은 미적 감흥 즉, 소재 및 대상에게서 자극되는 표현욕구의 순도를 높이는데 효과적이다. 형태미보다는 표현감정이 나타낼 수 있는 시각적인 쾌감을 중요시한 결과이다. 자유롭게 전개되는 붓의 움직임과 표현감정을 묻혀 가지고 나오는 두터운 질감이 조합하여 순도 높은 미적 감흥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형태의 그림은 감상자에게도 같은 미적 감흥을 체험케 한다. 그렇다. 그의 그림은 비록 절제된 색채 이미지여서 시각적인 화려함은 없을지라도, 순도 높은 미의식 및 미적 감정이 어떻게 우리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지를 실증 하려는지 모른다.